4대 강국에 포위된 한국의 살길은 '부국강병'

[서평]원로 언론인 김영호의 '태평양시대의 세계패권'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 입력 : 2022/07/17 [15:08]
▲ 표지     © 뱃길


<한국일보>기자 시절인 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해직되고, 1997년 <세계일보> 편집국장으로서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다, 두번째 해직의 길을 걸었던 한 원로 언론인이 16세기 후반 이후의 미국, 일본, 중국을 통해 세계정세를 되돌아 보고 한반도와 연결지어 짚어본 <태평양시대의 세계패권>이라는 책을 냈다.

일송(逸松) 김영호(金榮豪, 78) 언론인이 쓴 <태평양시대의 세계패권>(2022년 5월, 도서출판 뱃길)은 미국의 서부개척, 해국 일본, 중화사상을 통해 16세기 후반 이후의 세계의 시대상황을 되돌아보고, 20세기 진입을 전후해 동아시아에서 벌어졌던 정세를 토대로 21세기 태평양시대의 세계패권을 내다본다.

 건국 100년만에 초강대국으로 등극한 미국의 잠재력은 무엇인지, 개항 50년만에 해양강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돌파력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패망 100년-개방 30년만에 G2로 굴기해 세계 유일의 최대강국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중국의 저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나할까.

21세기 들어 미국은 외교 국방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중국 봉쇄에 두고 있다. 2021년 1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인도 태평양지역 동맹국과 유대강화를 통한 중국 봉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에 동맹국 한국 참가를 요청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은 동북아시아 동맹국 일본, 한국과의 유대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얼음 땅으로만 알고 미국한테 팔았던 알라스카가 자원의 보고로 빛을 발하고 있다. 북극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알라스카가 북극 항로의 요지로 떠오른다. 그 알라스카가 이제 군사적 요충지로 중요성을 더해간다. 그곳의 미국 미사일 기지가 냉전시대에는 소련의 심장부 모스코바를 향하더니, 태평양시대를 맞아 중국의 심장부 베이징을 겨냥하고 있다." - 분문 중에서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하고 미국의 점령군이 일본본토를 진주해 일본제국의 무장을 해제했다. 그에 따라 일본은 1947년 평화헌법을 통해 전쟁포기를 선언했다. 그런 일본이 지금은 어떤한가. 군국주의 회귀를 꿈꾸는 일본은 과거 전범자 손자들이 세습정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21세기에 들어서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등극한 미국을 등에 업고 재무장을 통해 다시 군국주의를 확책하며 동북아시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과 손을 잡은 일본이 중국과 대결도 불사하며 다시 한반도를 넘나보고 있어 역사의 반복을 예고한다. 그것은 경제강국, 군사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이익과 인식이 합치하는 까닭이다." - 본문 중에서
 
독일은 같은 패전국이지만 일본과 판이한 자세를 보여 왔다. 독일은 통일 이전과 이후에도 한결같이 통렬한 반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거듭난다.
 
"독일은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卍, 만자문)와 철저히 결별하고 진정성있는 반성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와 달리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다시 일어서겠다고 국제사회를 향해 공언을 주저하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한국은 미국의 군사동맹국이라서 군사적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최대수출국이라 중국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의존도가 크다. 두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의 운신의 폭은 좁을 수 밖에 없다.
 
"남중국해는 한 순간의 오판도, 한 발의 총성도 그곳을 불바다로 만들 일촉측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화약고를 닮아가는 그곳에 격랑이 일어나면 그 파고가 북쪽은 중국과, 남쪽은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분단의 대결장 한반도에도 몰아쳐 심한 요동이 예상된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소제목만 읽어도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의 잇따른 세금폭탄이 탄생시킨 미국 ▲백인 땅에 나눠주려 벌인 인종 청소 250년 ▲두 척의 유럽 난파선이 바꾼 일본의 국운 ▲옛 영화 꿈꾸는 전범자 손자들의 세습정치 ▲방위성 장관실에 걸린 한반도 지도의 속셈 ▲서태후 연인천하 47년이 벗긴 제국의 허상 ▲망국 앞둔 명-청조 믿다 두번 자멸한 조선 ▲일본융기, 중국망조 몰랐던 외딴 나라 조선 ▲1900년 전후 조선침탈 노린 열강의 각축전 ▲화약고 타이완의 동서양 외침수난사 400년 ▲진주만 기습 잊었다는 미-일 밀월 100년 ▲4대 강국에 포위된 한반도의 숙명적 선택 등이다.

한국은 전쟁을 치른 분단국가로서 단기간 내에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한국이 경제력, 군사적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위상은 약소국으로 정치적 발언권이 미약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2016년 한반도 한국에 사드(THAAD-종말고고도지역방어)를 배치하자, 중국이 한국에 대해 일방적, 무차별 경제보복을 감행했다. 일본이 2019년 7월 한국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규제라는 명목으로 돌발적인 무역보복을 단행했다. 그 이유는 한국 대법원이 일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내린 판결이 부당한 것이다. 그것은 표면적 핑계에 불과하고, 그 이면에 식민주의자의 지배의식이 도사라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번갈아가며 한국에 대해 보복성 경제제재를 자행하며 굴종과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향후 두 강대국의 경제제재, 경제보복을 극복하는 길은 힘들지만 중국과 일본애 대한 경제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면서 경제력을 배양하는 일뿐이다. 그 같은 노력을 게을리하면 경제적 타격말고도 반복되는 수모와 치욕을 회피하기 어렵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한국이 처한 낭혹한 국제사회 현실에서 경제력과 군사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부국강병론과 자강론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세계 4대 강대국에 의해 포위된 형세에 놓인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의 길은 '강소국' 뿐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부강한 경제력과 막강한 군사력의 토대 위에서만 이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역사의 중심축이 태평양으로 옮겨온 상황에서 4대 강대국에 포위된 한반도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지도력의 부재를 겪고 있는 한국은 좌표조차 잃은 채 표류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이 던진 시사점은 실로 크다고 하겠다.

 저자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 목민심서 병전에 '무기는 백년동안 쓰지 않더라도 하루도 갖추지 않을 수 없다'라는 의미인 '병가년불용 불가일일무비(兵可百年不用 不可一日無備)'와 춘추시대 명장이자 탁월한 전략 전술가였던 사마앙저의 명언 '천하가 아무리 평안하더라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진다'라는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범한 말처럼 들리지만 그냥 태평하게 살다보면 전쟁을 잊어 전화를 부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역사전문서도 역사학술서도 아니다. 저자가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엽을 살아가면서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주로 영문자료를 통해 보고 듣고 읽어 알고 있던 뼈대에 살을 덧붙였다. 책과 목차에는 순서가 없어 전체를 읽지 않고도 신문칼럼처럼 하나 하나를 소제목별로 따로 떼어 읽어도 좋게 만들었다.

저자 김영호는 <한국일보> 견습기자로 입사해 편집부, 경제부에 근무했고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당했다. <세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을 역임했고 편집국 독립을 외치다 두 번째 해직됐다. 한국방송공사(KBS) 이사도 역임했다.

저서로 <경제민주화 시대의 대통령>, <언론권력 언론비평>, <건달정치 개혁실패>, <와르르 공화국, IMF가 부른 정책실패 고발서>, <관권경제 특혜경제>, <경제의 현장> 등이 있다.

저자는 현재 인종청소, 인신매매, 종교탄압의 잔혹사를 다룬 '지구얼굴 바꾼 인종주의', 유럽의 살육-약탈과 지구적 식량쟁탈전을 다룬 '세계지도 바꾼 식품패권', 중국-이슬람 문화의 융합과 세계화의 길을 다룬 '세계화 바꾼 청화백자' 등을 주제로 책을 쓰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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