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추상에 균열을 내자

존 홀러웨이 교수의 <크랙 캐피털리즘)..자본주의 균열혁명 강조

김철관 기자 | 입력 : 2013/02/25 [10:37]
▲ 표지     © 갈무리
세계적으로 아니, 우리나라도 자본주의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예로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화운동, 낙선낙천운동 등 정치민주화운동을 비롯해 경제민주화운동, 노동운동, 학생 운동, 환경운동 등 반자본주의 운동이 이어져 왔다.

이런 운동이 계속되는 데도 자본주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소비에트를 비롯해 여타 사회주의 붕괴, 중국의 자본주의화 등의 현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이렇게 자본주의는 지속되고 있다. 그 원인을 분석해 대안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존 홀러웨이 교수가 지은 <크랙 캐피털리즘(Crack Capitalism)-균열혁명의 멜로디>(옮김 조정환, 2013년 2월, 갈무리)은 과거 혁명들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그 실패 원인을 밝혀간다. 이 책의 핵심은 한 마디로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자'는 것이다.

예전 자본주의 국가에서 당이나 국가의 각종 혁명(반란)들은 총체적관점으로 그들의 논리에 맞지 않는 것들을 배제했다. 그들의 논리인 총체성과 추상화(당이나 국가)에 벗어나면 살인(정적 제거)도 마다하지 않았다. 총체성과 추상화에 저항하고 그것을 멈추는 작업(균열)에서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혁명은 첫 번째로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설정하지 못할 때 그 혁명은 억압과도 같다고.

그래서 국가나 당이라는 추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균열을 통해 자본주의를 차츰 무너뜨려야 한다. 자본주의, 즉 추상화된 사회는 여성, 남성, 임금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학생, 주부 등으로 억압된 이름을 붙인다. 억압됐다는 것이 고로 ‘사라진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제든지 이성적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되돌아오는 것을 ‘균열’이라고 일컫는다.

간단하게 추상화되지 않는 나의 정체성으로 친구, 동료, 이웃 등과 인연을 맺고, 그동안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내팽개쳐 버린 것들을 다시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독서, 음악, 시 등 일 수 있고, 사랑, 인연, 우정, 동료애 등 일 수도 있다. 바로 이런 것을 찾아가는 것이 자본주의 균열이다. 균열은 분명 자본주의 사회총합과 충돌하게 한다는 것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상들의 제자리 찾기를 하는 것도 일상의 균열이다. 모든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것도 자본주의 파괴의 세계에 대항하는 우리의 진정한 무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균열은 혁명의 출발이며, 혁명은 일상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균열을 내는 것은 닫힌것으로 나타나는 세계를 여는 것이다(중략). 균열의 방법은 위기의 방법이다. 우리는 그 벽을 그것의 견고성에서가 아니라 그것의 균열에서 이해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지배로서가 아니라 그것의 위기, 그것의 모순, 그것의 취약점의 관점에서 이해하기를 원한다." -본문 중에서-

<크랙 캐피털리즘>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균열들을 창조하고 확장하고 증식함으로써만 급진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균열들을 우리가 다른 유형의 행위를 천명하는 반란의 일상적 순간들과 공간들이다.

저자는 행위의 노동을 강조한다. 추상노동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울타리를 치는 것과 진배없다며, 행위의 노동으로서의 추상은 인격화의 과정이며, 자연을 객체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의 이중성과 균열의 실재적, 구체적 가능성에 대한 성찰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직장에서 수행하는 자본주의 노동과 우리가 필요하다거나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향한 노력 사이의 대립에 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행위는 노동의 위기다. 이점을 붙잡고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붕괴로서 위기라는 개념은 긴급한 필요성과 텅 빈 가능성의 절망적 연접(Conjunction)을 넘어서는 그 어디로도 우리를 인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른 세계에 대한 전망을 열어젖힐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가 위기를 돌파로, 노동에 대항하며 그것을 넘어서는 행위의 움직임으로 생각할 때뿐이다.”- 본문중에서-

이 책은 분명하고도 이해하기 쉬운 33개 태제를 통해 당장 자본주의를 부수기를 원하는 급진적 학자들과 활동가들 사이에 논쟁을 재개하고 있다.

저자 존 홀러웨이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으로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멕시코 뿌에블라 자율대학의 인문사회과학연구원 교수이다. 막스주의, 아나키즘, 반자본주의 진여에서 많은 논란이 됐던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란 책에서 혁명의 가능성은 국가장치의 장악에 있지 않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비참을 거부하는 일상적 행위에 있다고 해 독자로부터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번역을 한 조정환은 서울대 국문과에서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도서출판 갈무리 대표 겸 다중지성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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