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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 장편소설 ‘유리’ 대만에서 공식 출간
대만 출신 노홍금 신안산대 교양과 교수 번역
 
기자뉴스 이준희 기자 기사입력  2017/06/07 [00:08]

〈강은 얼어 있었다. 아버지를 죽이고 떠나온 길이었다.〉 

 

▲ 박범신 작가 장편소설 <유리> 대만판 표지.     © 기자뉴스

이런 이미지로 시작될 신작소설 <유리 – 길 위의 노래>는 유랑자의 운명으로 태어난 ‘유리’의 전설 같은 이야기다. ‘아비’를 죽였으니 그는 돌아올 곳이 없다. 판타지 요소도 섞이게 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난민의 역사는 바로 인류의 역사가 아니겠는가.  

 

근대화 과정의 풍운에 휩싸인 동아시아 여러 가상 국가들이 배경이다. 우리 문학에서 ‘이야기’가 실종된 지 한참 되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유리’를 통해 담대한 ‘이야기’의 바다로 나아가고 싶다. 쉽지 않은 항해가 되겠지만, 좌절하진 않을 것이다. 나 역시 하나의 ‘난민’으로 살아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 작가 박범신 

 

근대화 과정의 동아시아의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아비를 죽이고 살아남기 위해 유랑자가 될 운명으로 태어난 주인공 ‘유리’의 이야기를 다룬 박범신 작가의 신작 소설 <유리>가 대만 출판사 ‘INK’에서 문예지 ‘월간 INK’ 연재를 끝내고 6월 1일 공식 출간됐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법정스님)를 번역한 노홍금 신안산대 교양과 교수가 번역했다. 이에 따라 국내 출간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카카오 페이지에 연재되어 화제를 몰고 왔다. 

 

‘디아스포라'(‘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 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 특정 민족(부족) 집단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원래 자신들이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의 삶을 사는 ‘유리’의 웅혼한 서사 구조는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 시기, 조국을 등지고 북만주, 아시아 등지를 떠돌던 우리 민족의 자화상을 대변한 역사 서사극으로 박범신 작가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내 출판사인 ‘은행나무’에서 공개한 유리의 줄거리에 따르면, 근대화 과정의 풍운에 휩싸인 수인국의 소년 유리는 일곱 살에 천자문을 떼고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고 화인국의 글자도 읽고 쓸 정도로 영특한 아이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큰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정한 장면을 목격한 뒤로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화인국의 수인국 침탈에 크게 협조하여 자작 작위까지 받은 큰아버지는 어느새 유리의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열일곱 살이 된 유리는 어느 날 붉은댕기라는 여자아이를 따라간 동굴 속 비밀의 샘에서 훗날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보게 된다. ‘아버지’가 진행하던 ‘위안부’ 작업에 붉은댕기가 차출되어 떠나자, 유리는 ‘아버지’의 죄를 벌하고자 그를 향해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이후 ‘유리’라고 불리는 한 남자의 평생에 걸친 유랑이 시작된다.  

 

박범신 작가는 지난해 6월 신작 소설 ‘유리’를 탈고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렇게 행복한 글쓰기는 처음이었다. 논리의 그물망에 갇혀 허우적거린 순간도 없었다. 타고난 소리꾼처럼, 나는 ‘유리’가 되어 길 위에서 시종일관 자유롭게 노래했다. 평생 찾아 헤맨 자유의 문에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박범신 작가는 소설 ‘유리’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하면서 독자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한 독자의 댓글 질문에 대해서 박범신 작가가 답한 글에서 ‘유리’의 서사 구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 박범신 작가 장편소설 <유리> (은행나무) 표지.     © 기자뉴스

〈소설 《유리》를 애독해주시는 여러분 고맙습니다. 아시다시피 《유리》는 제 땅에서 쫓겨난 ‘난민’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날에도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넘어오는 아프리카 난민의 뉴스를 거의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도 난민이지요. 

 

《유리》는 인류의 역사는 곧 난민의 역사였다고 전제하고 구상한 소설입니다. 일제를 피해 만주와 중국 대륙, 더 나아가 동아시아를 떠돌며 산 우리 선조들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너무 사실적으로만 그리면 내 주인공들의 삶이 한반도를 둘러싼 특별한 이야기로 한정될 것 같아 나라 이름을 가상 국가로 바꾸고 지명도 바꿨습니다. 

 

그런데 쓰면서 계속 그 점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지명을 바꿔 쓰는 게 어색할 뿐 아니라 효과적이지도 못하다는 자각에 곤혹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두만강을 만두강으로, 연변을 변연으로 바꿔 쓰는 이런 것.  

 

실패한 전략이라는 걸 알면서 계속 그 전략을 고수하는 게 옳은 일일까 생각한 끝에, 지금부터 나라 이름만 가상의 이름으로 그대로 두고, 나머지 모든 지명은 본래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자 합니다. 실수를 이해해주시고 받아들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유리》는 만주-중국대륙-타이완을 거쳐 전쟁 중인 한국으로 돌아오는 긴 여정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성원 바랍니다.〉 

 

한편 출판사 은행나무의 <유리-길 위의 노래>의 국내 출간 시기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최근 출판사에 독자들의 출간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역자인 노홍금 신안산대 교양과 교수도 6일 자신의 페이스북(www.facebook.com/hungchin.lu.50)에 <유리> 대만판 출간 소식을 전하며 "한국에서도 빨리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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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6/07 [00:08]  최종편집: ⓒ 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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