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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사바세계의 삶, 시로 알기 쉽게 전했다
[서평] 법현 스님의 시집 <그래도, 가끔>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기사입력  2018/05/07 [15:11]
▲ 표지     © 북악

속옷, 건어물, 반찬, 방앗간, 채소, 지물포 등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허름한 재래시장 2, 법당 입구에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교회도 눈에 띄고, 바로 앞에 연등이 걸려 있다. 그래서인지 교회와 법당이 공존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연등을 따라 몇 걸음 옮기면 서울 은평구 역촌중앙시장 2층에 자리한 법당이 나온다. 저잣거리 스님으로 잘 알려진 한국불교태고종 무상당 법현 스님이 13년째 기거하고 있는 저잣거리 포교원 열린선원이다. 법당 건물에는 화장실 없어 일을 보려면 아래층으로 내려가 한참 걸어야 한다. 늦은 저녁에 대소변을 보려면 요강이 있어야 하고 없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사찰을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도량, 가람, 정사, ‘선원’, 암자, 사원, 산림, 총림, 포교당 등이다. 열린 선원의 선원도 사찰을 의미한다. 법현 스님은 이곳을 교두보로 두고 포교를 하고 있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다면 어떤 종교든 시장이든 학교든 모임이든 어디든지 달려간다. 이런 활동들이 시를 쓰는 소재로 작동했다.

 

열린선원장을 맡고 활동하고 있는 법현 스님은 이곳 역촌중앙시장에 있는 법당에서 바라보기, 내려놓기, 벗어나기, 행복하기 등 고해의 사바세계의 삶을 소재로 108편의 시를 소개한 시집을 냈다. 그동안 SNS를 통해 여러 편의 시를 불특정 다수에게 알렸고, 불교의 신성수인 108자에 맞춰 108편의 시를 골라 소개한 시집이 <그래도, 가끔> (BOOK , 20181)이다.

 

그럼 열린선원이 있는 역촌중앙시장의 기쁨과 노여움 그리고 슬픔과 즐거움, 즉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스님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긴 시를 통해 음미해보고자 한다.

 

역촌 중앙시장의 밤

 

어느 골에나

어둠은 흘러 밤을 적시지만

저잣거리 대명사

역촌 중앙시장의 밤은 적시지 못한다.

 

꼭두새벽에 익혀야

침 오른 혀를 만족하게 할 떡 찍는

사랑채와 다복떡집

떡시루에서는 아침을 당기는 하얀 김이

웃음에도 섞이고 한숨에도 섞여 오른다.

 

퍽퍽한 삶에 지쳐 눈이라도 감고 싶은

뭇삶들의 목울대를 넘기는 썬더치맥 좌판은

갈현동 시장골목을 지키고

2층에서는

듣고 싶지 않은 남들의 인생을 듣느라

밤이 짧다.

 

어디 그뿐이랴

좁은 방에서는 도저히 잠들 수 없는

젊디젊은 청춘으로 기어오르는 아이들

공원마당에 눕고 앉아서

그들의 세상을 씹느라 밤이 짧다.

 

이어지는 행복누리며

한 명의 뭇삶도 사라지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단꿈도 잊은 채

깊은 밤에 빠졌던 까까머리도

밤하늘별이 그리웠던지

옥상에 올랐다가

슬퍼서 내리는 빗불에 놀라

노랑할아버지 만날 때까지

눈을 감지 못하는

노곤한 밤이 흐른다.

 

풍성한 옆집에선 찬양과 통성이 넘치는

역촌 중앙시장의 밤은 어둡지 않다.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누는 소통공간인 인터넷 쇼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하나하나 습작한 시를 올렸다. 지금도 팔순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 효도하고, 저잣거리 이웃들과, 촛불집회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감성을 시어로 표현했다. 실천불교 수행자답다고 해야 할까.

 

소개한 시는 언제, 어디서나, 어디서부터나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시들이다. 언제나 호주머니 속에서 꺼낼 수 있는 손수건 같은 시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한 꼭지를 읽고 창밖을 한 번 바라보고, 또 한 꼭지를 읽고 한번 창밖을 바라보라고 주문한다. 시집에는 삶의 행복과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시와 사진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시집은 새해, 거울, 낙조, 상사화, 배롱나무 등의 시를 바라보기, 차 한 모금, 깊은 물, 미소, 백리향 등의 시를 내려놓기, 나그네, , 어떤 인연, 주름살, , 눈 등의 시를 벗어나기, 상고대, 선암사 홍매, 실바늘, 축원 등의 시를 행복하기로 엮었다.

 

이 네 가지 사바세계의 삶의 형태를 통해 이웃들의 미망과 고통의 삶에서 벗어나 해탈과 자유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시()의 형식을 빌려 누구나 받아들이기 쉽고 알 수 있게 내용을 전개했다.

 

스님은 지난 48일 일본 나고야 금강사 주지로 취임했다. 이날 오는 522(음력 48) 초파일 부처님오신 날을 앞두고 미리 일본에서 봉축 욕불법회를 했고, ‘조상님 천도재를 지내기도 했다.

 

 

법현 스님은 선()과 농사와 봉사와 섬김과 헌신이 진정한 불교의 사회적 실천운동이라는 의미에서 이웃 종교와도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저서로 <놀이 놀이 놀이> <부루나의 노래> <추원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등이 있다. 불교방송(BBS)와 불교TV(BTN)에서 '즉문즉설'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태고종 총무원 부원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장과 상임이사,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장, 생명존중헌장 제정위원, 4차산업과 윤리민간협의체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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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07 [15:11]  최종편집: ⓒ 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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