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헬스 > 문학·출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단옷날, 어지럼증에 걸려 쓴 스님의 시집 눈길
[서평] 진관스님 <금강산 맑은 물 마시고>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기사입력  2018/06/14 [10:07]
▲ 표지     © 기자뉴스

한 스님이 단옷날 어지럼증에 걸려 걷지 못하고, 병원에 실려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무념의 길, 무념의 법, 무념의 언덕에 서, 창작한 시가 눈길을 끈다.

 

대한불교조계종 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무진장불교문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진관 스님이 <금강산 맑은 물 마시고>(렛츠북, 20185)는 그가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쓴 창작시 100편을 선보인 시집이다.

 

스님은 단옷날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을 참배를 하러 갔다가, 숙박한 집에서 잠을 자는데, 천정이 빙빙 도는 경험을 했다. 머리가 빙빙 돌아 도무지 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 일어서려고 하면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길 때마다 땅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땅이 됐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된 것은 자연의 이치로는 걸 맞는 일이지만, 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딛고 일서라는 말은 있지만, 땅에서 넘어지는 자는 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새벽 330분 구급차로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이비인후과가 없어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고, 다시 숙소로 와 휴식을 취하다,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으며, 쓴 창작 시집이 바로 <금강산 맑은 물 마시고>이다.

 

스님은 병원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념의 길, 무념이 법, 무념의 언덕에 서 시를 써 갔다. 대각국사가 열반한 개성 총지사는 입원한 일산병원까지 100리 정도 떨어져있으리라는 판단으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100편의 시를 창작했다는 것이다.

 

스님은 평화를 염원하며 금강산 샘물 꽃피고 새우는 계절(시조) 단옷날 찾아온 병 여름비 다시 찾은 내 모습 등을 큰 주제로, 다양한 시를 썼다.

 

바로 평화를 염원한 대표적 주제가 금강산의 샘물이다. 그중 시집 제목으로 다룬 금강산 맑은 물 마시고는 자연에서 느낀 평온함과 평화를 연상하게 한다.

 

금강산 맑은 물 마시고

 

금강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마시고 하늘을 본다.

손이 시리도록 말은 물이다.

 

------

 

하늘에 별이 배려온 밤

별이 변하여 금강산에 물을 내리나 보다.

금강산에 흐르는 물을 마시고 하늘을 본;

하늘 저 멀리에서 선녀가 내려오는 듯

신선의 심장에서 솟아오르는 물 -

 

새벽이 되었다.

 

천만년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윗돌마다에 금빛으로 온몸을 감싸고

아 금강산에 낙원을 찬양하고 있구나.

 

또한 어지럼증으로 병원에 실려 간 계기가 됐던 단옷날(음력 55) 찾아온 병고를 기억하며 한편의 시를 남겼다. 일년 중 가장 양기(陽氣)가 왕성한 날인 단오(端午)는 더운 여름을 맞기 전의 초하(初夏)의 계절을 말하며,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라고 알려져 있다.

 

단옷날 찾아온 병

 

단옷날 찾아온 병 알 수 없는 병이다.

하늘에 올라갔던 천둥 처녀 노래하듯

하늘이 빙빙 돌아서 발걸음을 멎추었다

 

세상일 모두 잊고 살자던 인연이라

깊은 산골짝마다 꽃피어 조용한데

무심한 사연 하나가 내 마음 달래준 날

 

아무리 비밀 진언 소리 높이 외워도

그 자리에 머물 수 없다는 진단 같이

발걸음 옮기는 몸을 붙들어도 소용없네

 

눈감으면 떠오르는 지난날 사연 하나

깊은 밤 별이 된 내 몸을 붙들었나

불현 듯 떠오른 미소 눈뜨면 잊어지네

 

스님은 병원에 입원해 많은 것을 생각했다. 약왕보살이 말한 중생이 아프면 부처님도 아프다는 것을 깨달았고,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르자 병원비가 없어 고민을 했다. 주지가 아니기 때문에 불교종단협의회에서 불교인권위원회에 지급하던 후원금이 중단돼 병원비를 지불할 수 없었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주지의 소임을 맡은 스님은 몰라도 이판승에게는 시주 등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대종사 법타 스님에게 병원비 지급을 부탁드렸더니, 동국대 이사장인 자광 큰스님이 자신의 판공비에서 지불해 퇴원할 수 있었다고.

 

스님은 시집 서문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시대에 이룩한 남북의 평화가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열릴 것으로 기대하며, 금강산을 순례하면서 목탁을 울리던 그날이 생각난다고도 덧붙였다.

 

진관 스님은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했고, 중앙승기대학교 실실천응용학과 박사 및 동국대학교 응용선학과 박사이다. 현재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 위원장이다. 대표로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인권위원회에서는 매년 불교인권상을 시상하고 있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8/06/14 [10:07]  최종편집: ⓒ 인터넷기자협회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