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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젓가락 터치-골판지 이용, 제주해녀 그렸다"
[인터뷰] 갤러리 서촌재 '제주해녀 인왕산 봄소풍'전 연 한익종 작가
 
기자뉴스 김철관 기자 기사입력  2019/03/16 [16:38]
▲ 한익종 작가의 전시작품이다.     © 기자뉴스


제주해녀들의 주름진 삶의 궤적을, 버려진 골판지와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승화시킨 한 작가의 정크아트 전시가 눈길을 끈다.

 

지난 15일부터 서울 종로구 옥인길 65번지 갤러리 서촌재에서 막을 올린 한익종 작가의 제주해녀 인왕산 봄소풍전은 제주해녀들의 질곡의 삶을 재활용품과 나무젓가락 터치로 표현한 정크아트 작품 30여점을 선보였다.

 

정크아트(Junk Art)란 폐기물을 이용한 재활용 예술을 말한다. '쓰레기가 예술이 된다'는 의미이다. 서촌재는 13평 반 정도의 작은 한옥 갤러리이다.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조선시대 환관(내시)들이 살았다고 전해진 곳이 바로 갤러리 서촌재이기도 하다.

 

한익종 작가의 나무젓가락 터치로 그려진 제주해녀 전시는 골판지를 이용해 해녀들의 질박한 삶과 의지를 잘 표현했다.

 

▲ 전시 포스터이다.     © 서촌재

 

흔히 제주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칠성판을 짊어지고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산다고 표현을 한다. 칠성판이란 시신을 올려놓은 송판이다. 그래서인지 제주해녀는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인 19315월 일제에 의한 해녀 해산물 착취가 극에 달할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항일 투쟁에 선봉에 서 옥고를 치른 제주해녀 독립운동가 부춘화 애국지사도 언뜻 떠오른다.

 

또한 물허벅(제주여성들이 물을 긷는데 사용한 물동이), 애기구덕(대나무로 만든 직사각형의 아기 잠자리), 지세항아리(물이 귀한 제주도에서 빗물이나 물을 받아 놓은 항아리), 불턱(해녀들이 물 밖으로 나와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한 모닥불), 숨비소리(해녀들이 작업을 하다 숨을 쉬기 위에 수면위로 올라 고개를 내밀어 호오이하며 길게 내쉬는 숨소리), 빗창(전복 채취 때 쓰는 쇠갈고리) 등은 가엾고 비참한 살림살이를 한 해녀들을 표현할 때 쓰이는 말들인데, 이번 해녀 전시회에 녹아있다.

 

15일 오후 서울 인왕산 갤러리 서촌재에서 한익종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는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오직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제주해녀의 삶에서 자아를 성찰하게 됐다고 말했다.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오직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이 제주해녀들이다. 해녀들의 이런 질박한 삶과 의지를 버려진 나무젓가락이나 골판지를 이용해 표현해 봤다. 재활용을 이용해 그리다 보니, 컨셉이 예상외로 해녀들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졌다. 도화지, 한지 등을 이용하면 세련되게 표현할 수는 있지만, 해녀들의 굴곡적인 삶을 담기에는 너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 한익종 작가가 한 제주해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 기자뉴스


 그는 사진을 제법 잘 찍은 사진작가였다. 제주해녀들을 줄곧 촬영했다. 하지만 사진으로 해녀들의 삶을 표현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려보자는 생각을 했다.

 

“5년 전부터 제주해녀들을 만나고 지켜보면서 이들을 표현해, 내 곁에 두고 싶었다. 그때부터 해녀들의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은 남의 기계를 이용해 그 분들의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 손으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미술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 혼자 그림 그리는 것을 취미 삼아 했다. 제주해녀 분들을 만나다보니, 과거의 제 삶이 미술학원도 못가, 그리고 싶어도 그리는 것을 포기했고, 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가난해 못했다. 평생의 삶을 남의 핑계만을 하면서 살아온 것 같았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데도 내 나름대로의 세계를, 내 표현방식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그림 연습을 했다.”

 

그럼 그가 제주해녀들을 표현하고자하는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을 먹으면서 부러뜨린 나무젓가락에서였다.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을 먹고 쓰레기통에 넣으려고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렸는데, 뾰족뾰족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뾰족뾰족한 곳을 붓이라고 생각해 남은 자장면에 찍어 골판지에 찍어 보니 터치가 됐다. 해녀 복장은 전부 검은색이고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장면을 가지고 그리지 못하니 집에 와 검정색 먹물에다 그려보니 터치가 잘됐다.

 

처음에는 도화지에 그려봤다. 해녀들의 감정까지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 부러진 나무젓가락으로 잘 만들어진 종이에 그린 것 보다, 어느 순간에 버려진 재생용지로 한번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더 올랐다. 집 안에서 버려진 라면 박스를 뜯어 날개 접힌 부분을 가지고 그려봤다. 정말 터치가 잘됐다. 질곡의 삶을 살아가는 해녀들을 표현하는데 완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부려진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골판지나 널빤지, 송판 등의 재생용품으로 해녀들을 표현했다.”

 

▲ 전시장의 전시작품들이다.     © 기자뉴스

 

한익종 작가는 한 달여 작품 전시가 끝나면 제주도로 이사를 해 제주스타일로 해녀들을 표현하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까지는 제주해녀들을 직접 사진을 촬영해 왔거나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가지고 표현했다. 하지만 해녀들의 표정과 감정과 마음까지 표현하기에는 감이 조금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제주로 직접 가 제주해녀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표현해보려고 한다. 전시회가 끝나면 곧바로 제주도로 이사를 간다. 지난 번 제주도를 갔을 때는 검은 현무암과 송이(붉은색 몽돌) 등을 돌가루로 만들어 해녀들을 그려봤는데 그림이 되더라. 그래서 제주도로 이사를 가면 해녀들을 제주도의 소재를 가지고 제주스타일로 그려보고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언제부터 제주해녀를 그려 왔냐고 물어봤다.

 

해녀를 그리는 것은 5년여 됐다. 집에서 시간 날 때마다 취미 삼아 그렸다. 200여점 정도 그려 놨다. 장애아동 치료 재활 재단인 푸르메재단 로비에서 한 시인과 함께 해녀 시화전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바로 이 전시가 계기가 돼 서촌재에서 전시를 하게 됐다.”

 

▲ 전시포스터     © 서촌재

 

한익종 작가가 한 전시작품에서 표현한 ‘80평생 쉴 틈이 어딨노란 시이다.

 

팔십 평생

끊임없는 달음박질이었네

누구는 그러지

이제는 좀 쉬시라고

제길헐

그건 곧 떠나라는 얘길 것을

늙은 해녀는 오늘도

바다를 그린다.

 

▲ 한익종 작가의 전시작품이다.     © 기자뉴스

 

한익종 작가와의 인터뷰에 동행한 김남진 갤러리 서촌재 관장은 나무젓가락 제주해녀 전시를 두고 울림이 있는 전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골판지에 그린 해녀 그림을 보니 정말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서촌재로 초대해 개인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초청을 했다. 그리고 작품을 전시하기 전, 작가의 해녀 작품 몇 점을 한 달 가까이 서촌재 주변 앵두꽃이라는 식당에 걸어 놓았는데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관심이 지대했다. 갤러리 서촌재가 있는 서울 인왕산에서 제주해녀 할머니들에게 봄소풍을 시키는 게 재미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전시 주제를 제주해녀 인왕산 봄소풍이라고 붙였다. 한익종 작가는 울림이 있는 작가이다.”

 

제주해녀 인왕산 봄소풍전에 와 작품을 관람한 꼴 액자운영자인 임기연 액자작가는 해녀들의 생명력이 돋보인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보기 드물게 버려진 나무젓가락과 골판지를 이용해 표현한 제주해녀 할머니들의 삶 속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들을 다시금 기억하게 한다.”

 

▲ 갤러리 서촌재     © 기자뉴스

 

한익종 작가는 59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삼성그룹에서 직장생활을 마친 후, 현재 스토리투어 여행사를 운영하며 장애아동 재활 치료재단인 푸르메재단 기획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생애 재설계와 관련해 기업체 강의와 한 언론사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오는 421일 전시회가 끝나면 제주도로 이사를 해, 그곳에서 제주해녀들의 삶을 제주 소재·제주 스타일로 새롭게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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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3/16 [16:38]  최종편집: ⓒ 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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